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토성 재즈를 위한 9호 계획

재즈계에서 어지간한 기인들도 그 앞에선 명함을 못 내민다는 알짜배기 기인, 썬라(Sun Ra)는 이집트 태양신에서 따온 그의 이름만큼이나 헤비급 과대망상을 자랑한다. 종교가 재즈였던 이 사내에게 재즈 연주는 하나의 의식(Rite)이었으며, 외계인과의 강신술 같은 것이었다. 그 스스로 토성에서 UFO를 타고 지구에 왔다고 진지하게 주장하는 썬라는 재즈 평론가들로 하여금 기피인물 0순위가 되지만 프리재즈, 아방가르드, 일렉트로닉을 넘나드는 그의 재즈 스피릿과 SF적 상상력은 90년대 불기 시작한 아프리카-미래주의의 효시가 된다. 사기꾼과 대사제의 경계에서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었던 썬라는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다.  대체의학에 관심이 많던 친구의 소개로 그가 시카고의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앞에 두고 연주를 하게 한 적이 있었는데 정신분열증 환자들에 대한 일종의 음악치료 같은 것이었다.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.  그의 밴드가 평소와 다름없이 연주를 하고 있을 때, 수 년간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던 한 여성이 벌떡 일어나 그의 피아노 앞에 다가가 소리쳤던 것이다. “이걸 지금 음악이라고 하는 거요?” 큰 감동을 받은 썬라는 이후 음악의 치유력에 대한 증거로 이 일화를 자주 이야기했다고 한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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